하루 24시간 중 단 30분, 나는 그 시간을 귀에 ‘오디오북’이라는 새로운 세계로 채우기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었다. 눈이 피곤한 날, 책은 멀게 느껴졌고 ‘그래, 들어볼까?’라는 생각으로 앱을 켰다.
그 시작이 어느덧 30일을 넘어섰고, 나는 지금 ‘1일 1 오디오북 듣기 루틴’을 실천 중이다. 이 글은 그 경험의 기록이자, 누구나 가능한 현실적인 독서 루틴 구축기다.
1. 시작: 왜 ‘읽는 독서’ 대신 ‘듣는 독서’를 선택했는가
나는 오랫동안 독서를 좋아해 왔다. 고전부터 자기 계발서, 인문학까지, 활자 속에 길이 있고 삶의 방향이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을 펴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일과 가족, 반복되는 책임 속에서 책을 읽는 시간은 사치처럼 느껴졌고, 체력은 줄고 눈은 쉽게 피로해졌다. 그때 처음으로 ‘듣는 독서’를 진지하게 고려했다.
오디오북이라는 매체는 단순한 대체재가 아니었다. 귀를 통해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고, 오히려 더 몰입감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졌다. 설거지를 하며, 산책을 하며, 퇴근길 운전 중에도 책 한 권을 들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내 일상에 새로운 여지를 열어주었다.
특히 중장년기에 들어서면서 삶의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느끼던 내게, 오디오북은 단순한 콘텐츠 소비가 아니라 ‘루틴 회복의 기회’가 되었다. 독서가 다시 가능해졌다는 그 작고도 중요한 감각은 자존감을 되살리고, 나라는 사람의 생각을 천천히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나는 실험을 시작했다. ‘하루 한 편, 최소 15분 이상 듣기.’ 완벽하게 들을 필요도 없고, 꼭 끝까지 듣지 않아도 괜찮았다. 중요한 건 ‘의식적인 접촉’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오디오북 루틴은 이제 내 일상을 다시 구조화하는 가장 현실적인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실험을 시작했다. ‘하루 한 편, 최소 15분 이상 듣기’. 조건은 단 하나, 의식적으로 청취하기.
2. 방법: 1일 1오디오북 실천 루틴 만들기
루틴을 만들기 위해 나는 몇 가지 규칙을 정했다.
기본 원칙
- 아침 준비 시간 or 잠들기 전 청취
- 장르 반복 금지 (다양한 사고 확장 유도)
- 책 선택은 전날 밤에 미리 하기
- 끝까지 듣지 못해도, 일정 시간 청취만 지키면 OK
시간대별 전략
- 아침 6:50 ~ 7:10 : 에세이·철학·명언
- 점심 산책 : 교양지식·시사 배경
- 퇴근길 : 인문·자기계발·전기
- 취침 전 : 감성소설, 명상, 짧은 에세이
활용한 앱
- 리디 오디오북: 신간 위주
- 밀리의 서재: 시리즈형 강점
- 윌라: 명사 강연 + 에세이 구성 좋음
총 청취량은 하루 평균 40~50분. 단순히 분량만 늘리는 게 아니라, 꾸준함의 흐름이 생겼다.
3. 변화: ‘듣기’가 ‘사고’를 바꾸고, ‘기분’을 안정시켰다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마음의 톤’이었다. 출근 전 15분 듣는 감성 에세이 한 편이 하루의 긴장을 확연히 낮춰줬다. 의식이 깨어나면서 감정도 고요해졌다.
두 번째 변화는 ‘사고의 확장’이었다. 철학, 경제, 역사 등을 장르 제한 없이 듣다 보니 전혀 관심 없던 분야도 문장이 익숙해지고, 개념이 잡히는 상태가 됐다. 즉, 지적 감각의 확장이 발생한 것이다.
세 번째는 기억 유지력 향상. 반복 청취를 통해 문장이 각인되었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려는 두뇌의 주의력이 살아났다. 이것은 단순 정보 암기가 아니라 청취 기반 집중력 훈련이었다.
네 번째는 심리적 위안이다. 잠들기 전 들은 한 줄의 문장이 혼자 있는 시간에 나를 정서적으로 다독였다. 어떤 날은 그 문장이 오늘 하루를 버티게 했다.
4. 추천 오디오북: 실천자 입장에서 ‘다시 듣고 싶은 책들’
1.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짧고 잔잔한 문장
- 힐링용으로 아침 듣기에 최적화
2. 『어른의 문답법』
- 직장과 관계에 지친 이들을 위한 심리 팁
- 하루 한 에피소드씩 나눠 듣기 좋음
3.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논리적 사고 훈련
- 사소한 결정도 ‘다르게’ 생각하게 됨
4.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배경 지식 + 유머 + 몰입감 3박자
- 하루 20분씩도 충분히 흡수 가능
결론: 눈이 아닌 귀로 읽는 하루, 인생을 다시 쓰는 루틴
책은 반드시 손에 들고 읽어야만 독서일까? 1일 1 오디오북 실천을 통해 나는 확신하게 됐다. 듣는 독서는 단순히 읽는 방식의 변형이 아니라, 마음을 회복하고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전혀 다른 ‘삶의 루틴’이다.
심리학적으로 반복 청취는 무의식에 영향을 주며, 듣는 내용은 직접 읽는 것보다 정서적 수용력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특히 감정적 불안정, 스트레스, 의욕 저하가 잦은 중장년층에게 오디오북은 매일을 다시 조율하는 **정서적 메트로놈**이 된다.
또한 ‘소리로 듣는 정보’는 뇌의 다른 부위를 자극하며 기억, 이해, 감정의 연결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이는 눈으로 읽을 때보다 더 생생하게 상상하고 몰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즉, 매일 다른 문장과 이야기를 접하면서도 그 안에 나만의 사고 구조가 차곡차곡 정리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습관의 구조”였다. 하루 한 권을 ‘다 듣는 것’이 아니라, 매일 ‘들을 의지를 다지는 것’이 루틴의 핵심이었다. 그 30분의 시간은 일상에 작지만 강한 리듬을 만들어 주었고, 그 리듬은 무기력의 파고를 넘게 해주는 작은 노를 쥐어주었다.
이제 나는 ‘듣는 독서’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출근 준비 중 듣는 문장이 하루의 시선을 정돈하고, 잠들기 전의 한 줄이 오늘을 다정하게 마무리해 준다.
당신이 요즘 책을 펼치기 어려운 사람이라면, 이어폰 하나로 시작해 보라. 작은 습관 하나가 인생 전체를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1일 1 오디오북, 그것은 ‘읽는 공부’가 아니라 ‘살아가는 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