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공허함은 꼭 ‘고독’이라는 단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관계는 있지만 깊지 않고, 말은 많지만 감정은 전달되지 않는 세상. 특히 중장년층에게 이 공허함은 더욱 깊고도 조용하게 파고든다.
그 허기진 마음을 채우기 위해 누군가는 음식을, 누군가는 쇼핑을 선택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조용히 이어폰을 끼웠다. 그리고 소리로 전해지는 문장에 귀를 기울였다.
이 글에서는 실제 오디오북 청취자들이 겪은 정서적 회복 사례를 중심으로, 그들이 왜 오디오북에 마음을 기대었고, 그 경험이 어떻게 감정의 허기를 달래주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1. 말하지 못한 마음을 ‘들어주는 소리’로 대신하다 – 52세 회사원 이정숙 씨
이정숙 씨는 대기업에 다니는 52세 여성이다. 남편과는 대화가 줄었고, 딸은 외국에 나가 있어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퇴근 후 불을 켜지 않은 집에서, 정적이 너무 크게 느껴졌어요.” 그 정적을 깨준 것이 바로 오디오북이었다.
처음엔 에세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를 들었다. 짧고 단순한 문장이지만, 그 문장을 성우가 낭독해 주는 순간, 그녀는 “누군가가 오늘 하루 수고했다고 말해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정숙 씨는 매일 자기 전에 오디오북을 20분씩 듣는다. 그 시간 동안은 생각이 너무 많아지지 않아도 되는 위로의 공간이 된다. 그녀는 이제 하루를 마무리할 때 꼭 이어폰을 먼저 찾는다. “소리가, 나를 챙겨주니까요.”
2. 무기력함 속에서 다시 하루를 시작하게 해준 루틴 – 48세 퇴사자 남민수 씨
퇴사 후 무기력함과 무소속감에 빠져 있던 남민수 씨는 우연히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오디오북으로 듣게 됐다. “무언가를 공부하는 느낌, 내가 다시 생각하고 있다는 감각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그는 그 후 매일 오전 9시에 카페에 앉아 오디오북을 듣는다. 단 30분이지만, “그 시간만큼은 내가 의미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는 오디오북을 통해 지식이 아니라 자존감을 회복했다고 말한다.
특히 반복 청취를 통해 문장을 기억하고, 그걸 주변 친구들에게 말로 설명하면서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다시 되었다”라고 느낀다. 그에게 오디오북은 콘텐츠가 아니라, 회복의 디딤돌이었다.
3. “내가 느낀 걸 대신 말해주는 문장” – 57세 자영업자 김정한 씨
김정한 씨는 서울에서 작은 인쇄소를 운영한다. 코로나 이후 매출이 줄고, 대화할 상대도 점점 사라졌다. “마음이 허기지다는 표현, 정말 그게 맞는 말 같아요.” 그는 밤마다 작업 마감 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나 서른은 예쁘다, 마흔은 강하다, 쉰은 지혜롭다 같은 자기수용형 에세이를 듣는다.
그는 한 문장을 들을 때마다 “아, 내가 느낀 걸 누군가가 대신 말해주네”라는 감정을 받는다고 했다. “그건 위로를 받는 게 아니라, 이해받는 느낌이에요.”
김 씨는 오디오북 덕분에 자신의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게 됐다. 그건 생각보다 더 큰 힘이었고, 이해받지 못한다는 막연한 외로움을 조금씩 풀어내는 출구가 되었다.
4. 오디오북 청취 루틴이 만든 감정 치유 공식
위 사례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오디오북은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고 돌볼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다.
오디오북 루틴의 감정적 효능
실천 루틴 | 정서적 효과 |
---|---|
자기 전 20분 청취 | 심리 안정 → 숙면 유도 |
아침 출근 전 듣기 | 하루의 정서 기조 조절 |
주말 산책 중 듣기 | 사고 전환 → 창의성 자극 |
반복 청취 (1.0배속) | 감정의 ‘언어화’ 훈련 → 감정 관리 능력 증가 |
오디오북은 우리 안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소리라는 감각적 채널을 통해 말이 되고, 생각이 되고, 정리가 되는 시간으로 바꿔준다.
결론: 마음이 허기질 때, 글자가 아니라 ‘목소리’가 위로가 된다
마음의 허기는 배고픔보다 더 알아차리기 어렵다. 겉으로는 멀쩡한 일상을 살아도, 누군가에게 감정을 털어놓지 못하고, 자신조차 내면의 공허함을 설명하지 못하는 상태. 그럴 때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무너지는 중’ 일 수 있다.
오디오북은 그런 무너짐의 속도를 늦춰준다.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감정을 감싸주는 목소리가 되어 혼자 있는 시간에 누군가 곁에 있는 듯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정서적 허기를 채워주는 건 정답이나 조언이 아니라, 그저 **‘들어주는 듯한 소리’**라는 사실을 오디오북은 증명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타인의 언어를 듣는 행위가 자기 감정 인식 능력을 회복시킨다"고 말한다. 즉, 문장을 듣는다는 것은 곧 ‘내 감정을 다른 언어로 들어보는 경험’이다. 특히 자기감정에 이름을 붙이기 어려운 중장년층에게 오디오북은 감정의 틀을 제공하는 심리적 필터 역할을 한다.
중요한 것은 단지 듣는 행위가 아니다. 그 소리에 감정이 녹아 있고, 그 문장이 내 상황과 겹쳐지고, 그 목소리에 정서적 리듬이 담겨 있을 때 비로소 ‘위로’가 된다. 오디오북은 바로 그 ‘몰입의 틈’을 제공하는 일상적 기회다.
오늘 하루 말 한마디 없이 지나간 날이었다면, 혼잣말조차 하지 못하고 잠든 날이었다면, 책을 들 힘조차 없었다면, 그 순간 오디오북이 해줄 수 있는 일은 분명 존재한다. 그것은 당신의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작은 문장이며, 당신이 느낀 것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용한 손잡음이다.
오디오북은 당신을 구하지는 못하지만, 당신이 무너지지 않도록 곁에서 ‘버티게’는 해준다. 그것이 정서적 허기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이고 따뜻한 방식일 수 있다.